지식부장관 국제정세

시진핑은 왜 열병식에 집착할까?

지식부장관 2025. 9. 7. 12:00

https://youtu.be/EdiH59dlGPc?si=VOGSVIMr4vSrYk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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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한복판, 80발의 예포가 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스텔스 드론이 장안가를 가득 메웁니다.
시진핑 옆으로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이 나란히 서고, 서방 지도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벤트는 화려하지만 의문은 더 큽니다. “왜 지금, 왜 이렇게까지?”
답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에 있습니다. 


1) 전승절, 왜 9월 3일인가—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항복 문서가 1945년 9월 2일 미주리호에서 조인됐고, 중국은 그 다음 날을 ‘전승절’로 삼았습니다. 더 곤란한 대목은 **난징 현지의 항복 수락식(9월 9일)**에서 일본군 항복을 받은 쪽이 당시의 중화민국 정부(허잉친)였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의 중국 공산당 서사로는 어색한 기억이죠. 2014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9월 3일을 법정 기념일로 확정하면서, 베이징은 이 날을 ‘당 중심의 항전’ 이야기로 재배치했습니다. 대형 열병식은 그 재배치의 가장 효율적인 무대입니다. 


2) 퍼레이드는 ‘무기 쇼’가 아니라 ‘권력 의식(儀式)’

시진핑은 집권 뒤 열병식의 주기를 사실상 바꿔 놓았습니다. 2015년 9·3 전승절, 2017년 주르허 사막 사열, 2018년 남중국해 해상 사열, 2019년 국경절 70주년, 그리고 2025년 전승 80주년까지—굵직한 정치 국면마다 퍼레이드가 배치됐습니다. 2015년엔 1만2천 명 병력과 500대 장비, 200대 항공기가 투입됐고, 2019년엔 DF-17(극초음속)과 DF-41(ICBM)이 공개됐습니다. 이런 이벤트는군 현대화의 ‘성과 발표회’이면서 동시에 군 충성심 점검 의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2년간 중국군 고위층에 대한 대규모 숙정이 이어진 상황에서, ‘당이 군을 지휘한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하는 상징 효과가 큽니다.

표 1 | 시진핑 집권 후 주요 열병식 일람

 

연도·행사 장소/형식 핵심 포인트

2015 전승 70주년 베이징(천안문) 병력 1.2만·장비 500·항공기 200, “군 30만 감축” 발표
2017 건군 90주년 주르허 훈련장 야전복 사열·실전형 훈련 퍼포먼스
2018 해상 사열 남중국해 항모·대형 수상함 중심 해상 전력 과시
2019 국경 70주년 베이징(천안문) DF-17·DF-41 등 신전력 대거 공개
2025 전승 80주년 베이징(천안문) 신형 ICBM·수중드론·레이저 체계, 80발 예포, 25개국 이상 정상 참석

3) 2025 전승절: 무엇을 보여줬나

이번 행사에는 시진핑, 푸틴, 김정은 등 25개국 이상의 지도자가 참여했습니다. AP와 로이터는 수중 무인기(AJX002), 스텔스 타격드론(GJ-11), 신형 ICBM(DF-61), 지향성 에너지(레이저) 무기 등이 공개됐다고 전했습니다. 행사 시작은 80발 예포로 열었고, 항공 편대와 로봇 전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기 체계만 보면 중국은 육·해·공·우주·사이버를 잇는 ‘통합 전력’의 이미지를 강하게 밀어 올렸습니다. 

표 2 | 2025 전승절 열병식 핵심 요약

외교 연출 시진핑–푸틴–김정은 동시 등장, 서방 정상 대부분 불참
공개 전력 DF-61 ICBM, 극초음속 대함 전력군, GJ-11 스텔스 UCAV, 수중드론 AJX002, 레이저 체계 등
의전·연출 80발 예포, 대규모 합창·군악
메시지 “평화냐 전쟁이냐” 이분법, 중–러–북 연대의 시각화
비용(추정) 대만 당국 추산 3천6백억 위안(약 50억 달러)—공식 확인 없음

 


4) 왜 지금인가—내부 경제와 ‘기억의 정치’

올해 중국의 공식 제조업 PMI는 8월까지 5개월 연속 기준선(50) 아래였습니다. 청년층(16–24세, 재학생 제외) 실업률은 7월 17.8%로 뛰었습니다. 동시에 IMF는 2025년 중국 성장률 전망을 4.8%로 상향하기도 했죠. 상반된 신호 속에서, 대형 국가 의식은 불안한 민심을 ‘국가 자부심’으로 전환시키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런 전시적 기념이 ‘역사 전쟁’(memory wars)—즉, 전쟁 기억의 서술권 경쟁이라고 분석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가 2차대전의 주역”이라는 서사를 반복해 현재의 국제질서 해석과 영토 문제(특히 대만) 정당화에 연결합니다. 


5) 대외 메시지—‘세계질서 재편’의 장면 연출

서방 정상들이 빠진 자리에서 중·러·북의 동시 등장은 분명한 그림을 남깁니다. 로이터·AP는 25개국 이상이 참석했지만, 주인공은 사실상 세 사람이었다고 요약합니다. 베이징은 “승전국이자 질서 설계자”라는 자의식을 재확인했고, 신무기 공개는 억지력 과시로 미국·대만에 보내는 신호가 됐습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화려한 외피 아래 군 내부의 대규모 반부패·인사단속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합니다. 퍼레이드는 대외용 경고이자 대내용 충성 의식이라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한 셈입니다. 


6) 돈 값은 하냐—‘수조 원대’ 비용 논쟁의 본질

이번 행사 비용은 중국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만 당국 추정치로 3,600억 위안(약 50억 달러)이 거론됐고, 로이터는 이 수치가 중국 국방예산의 **약 2%**에 해당한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쟁점은 “돈이 아깝다”가 아니라, 권력 유지·체제 결속 효과가 비용을 상회하느냐입니다. 베이징의 답은 분명합니다. “그렇다.” 그래서 퍼레이드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2025년 전승절은 신무기 쇼케이스이면서 권력의 의식이었습니다. 역사 서사를 재배치해 현재의 정당성을 보강하고, 군을 다시 줄 세우며, 바깥세상엔 억지력을 각인시키는 행사. 화려함의 비용은 크지만, 시진핑에게 더 중요한 건 민심보다 권력, 재정보다 체제라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중국은 퍼레이드를 계속할까?”
현재의 계산법이 바뀌지 않는 한, 답은 예에 가깝습니다.